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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오팬하우스 오리지널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명단
[심사 총평- 서미애]
오팬하우스와 밀리의서재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1회 오팬하우스 오리지널 스토리 공모전〉이 성황리에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지난 25년 10월 13일부터 12월 12일까지 총 236편의 장편소설이 접수되었고 그중 17편의 작품이 2차 심사에 올랐습니다. 최종심에는 저를 포함한 네 분의 작가님과 스튜디오드래곤, 바이포엠 관계자, 밀리의서재와 오팬하우스 편집진 등이 참여했는데, 심사 위원의 관심을 끌었던 작품들에 대한 소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사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공모전은 참신하고 대담한 발상과 매력적인 캐릭터, 재기 발랄한 전개와 작가의 개성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나기를 고대하며 심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주는 작품인가 하는 점도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렇게 5편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김현수 작가의 《전업자녀입니다만》은 취준생인 주인공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해 가는 모습을 담은 생활 밀착형 이야기로 시의적절한 소재를 친숙한 캐릭터와 과하지 않은 이야기, 현실적인 결말로 이끈 점이 좋았습니다. 다만 익숙한 이야기가 평이하게 전개되었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최우수상인 노청엽 작가의 《가족 대행 서비스》는 가족 대행 서비스를 통해 엄마 노릇을 하던 주인공이 가짜 딸의 죽음과 현장에 있던 돈가방을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를 통해 가짜 딸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떼어내지 못하는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다소 산만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딜레마를 끝까지 끌어가는 점은 좋았습니다.
이서연 작가의 《부랑》은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간장 공장 ‘키네장유’의 가문과 당주들에 얽힌 저주를 담고 있는 호러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양조장을 둘러싸고 선대부터 이어진 기묘한 저주와 희생양이 될 주인공의 이야기가 검은 씨간장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었으나 정작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할 주인공과 빌런의 역할이 약하다 보니 분위기에 눌린 느낌이 있었습니다.
전효원 작가의 《코리아타운의 핫 칙 샤먼》은 ‘한 심령 드라마에 출연하는 LA의 젊은 무당’이라는 설정부터 흥미롭고 신선한 작품이었습니다.
소동극을 보는 것처럼 정신없는 전개에도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B급 정서에서 느껴지는 경쾌함이 읽는 즐거움을 주었으나 결말이 급하게 정리되고 조금 산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상, 유진상 작가의 《로디가 로니를 위해서 한 일》은 Al 시대에 펼쳐질 근미래의 사회를 담고 있어 심사 위원들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AI의 발전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약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현재에 시의적절한 소재였습니다. SF소설에서 자주 쓰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부모의 역할을 보육 로봇이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 부모와 자식, 인간이란 무엇이고 로봇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제각기 다른 장르와 다양한 소재를 다룬, 각자의 장점이 분명한 작품들의 순위를 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작품의 장점에 더 집중하고 과연 어떤 이야기가 지금의 독자들에게 닿을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공모전에 응모해 주신 모든 작가님에게 감사드리고 당선되신 수상 작가님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심사 평 - 김보영]
장르를 규정하지 않은 공모전이었기에 각기 다른 장르의 작가들이 모여 함께 심사했다. 심사위원 대부분이 제 장르의 작품을 박하게, 다른 장르의 작품을 후하게 평가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독서 경험이 다른 심사위원이 골고루 배치되는 것에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대상작인 《로디가 로니를 위해서 한 일》은 SF였고, 그런 만큼 송구하게도 내가 가장 박하게 평가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육아로봇 ‘로비’와 데스카 오사무의 육아·가사 로봇 ‘로비타’의 오마주가 담긴 듯한 이 소설이, 두 고전에서 얼마나 멀리 나아갔는가에 의문이 있었다. 한편으로, 로봇이 노동을 전담하여 인간의 노동이 소외되는 아시모프의 유토피아적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된 시대라, 단순히 시의성 있는 현대의 SF가 고전을 재생산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 작품은 고전의 오마주를 넘어서, 현재 AI의 발전이 가져올 법한 근현대 생활상을 다채롭게 상상했으며, 하나의 주제와 메시지로 끝까지 힘 있게 끌고 갔다. 좋은 태도와 메시지를 가졌으며 완성도에도 이견이 없었다.
다음은 최우수상들에 대한 평이다.
《가족 대행 서비스》는 심사위원 중 내가 가장 후하게 평가한 작품이다. 순수하게 재미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독자로서 즐겁게 읽었다. 생존을 위한 거짓말과 투쟁이 점점 주인공을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가운데, 언제 살얼음이 깨질지 모르면서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이 갔고, 차츰 드러나는 진실도 흥미진진했다. 사기꾼이자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나이 든 여성이라는 주인공의 복잡한 처지도 좋았다.
《부랑》은 현실에 있는 가문을 모티브로 하여, 성실한 연구와 조사가 엿보였으며, 현실감 넘치는 묘사와 눈에 그려지는 영상적인 묘사가 훌륭했다. 단지 후반부에 서사가 오므려지지 않고 점점 인물과 상황이 늘어나며 흩어지는 점이 다소 점수를 깎았고, 마지막에 저주를 푸는 방식에도 의문이 있었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코리아타운의 핫 칙 샤먼》은 연예계와 신세대 무당, 퇴마라는 소재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떠올리게 하는 점이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에서 심사위원의 생각이 갈렸다. 하지만 무당을 신세대적으로 해석하는 최근의 경향보다도 몇 단계 더 건너뛰어 젊은 감성으로 유쾌하게 나아간 면이 장점이었다. 귀신들마저도 유쾌했다.
인기상인 《전업자녀입니다만》은 심사위원 전반의 평균적인 지지를 얻었고, 최우수상과 우수상 사이에서도 계속 저울질되었다. 소재와 줄거리면에서 영상화에 최적화된 작품으로 보았다. 시의 적절한 주제,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서 점점 상승하여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했으며, 그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잘 마무리되었다. 이 구성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어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단지 이것이 여전히 출판소설 공모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텍스트 자체의 완성도에서 미세하게 다른 작품들에 밀리게 되었다.
다음은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기억에 남은 작품들에 대한 평이다.
《불귀소처분》은 내내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이다. 사건이 영상적이며 긴장감 있었고, 현실인가 꿈인가, 꿈속의 범죄가 진짜 죄인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없는 죄는 지어도 되는가, 악인은 처벌해도 되는가의 문제 속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묘사되었다. 대처하는 방식과 계속 새로이 펼쳐지는 전개도 흥미로웠다.
《소수결 게임》은 게임 서바이벌 장르 특유의 긴장감과 흥미가 있었고,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게임 서바이벌 장르의 본질은 어떤 게임을 제시하고 참여자가 그 게임을 어떻게 풀어가는가에 있다고 본다. 소수결은 게임이 되기 어려운데다 큰 변주가 없었고, 참여자들이 이를 전략적으로 풀어간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그렇기에 이미 많이 있는 게임 서바이벌 장르 사이에서 눈에 띄기 어렵다고 보았다.
《레플리카》는 도플갱어가 내 자리를 잠식해가는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는 작품으로, 초반에 궁금증을 갖고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그 해결법이 SF라는 점에서 맥이 빠졌다. 스릴러의 반전이 SF가 되면 실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므로,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말로 보기 어려웠다.
수상권에 오른 다섯 작품은 특징과 장단점이 달라 무엇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가에 토론이 있었다. 이 공모전은 영상화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공모전이었고 그 점은 내내 고려되었지만, 결국은 출판소설 공모전이었기에 궁극적으로는 텍스트 예술로서의 완성도가 수상을 갈랐다고 본다.
[심사 평 - 김혜정]
작가는 이야기 중독자에게 가장 걸맞은 직업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야기 향유자로서 창작자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 오팬하우스 오리지널 스토리 공모전은 전 장르의 글을 공모하였기에 기대가 컸다. 최종심에 올라온 17편은 SF, 역사물, 스릴러, 미스터리, 판타지 등 장르가 다양하였다. 대체로 장르물의 규범을 잘 따랐지만, 이미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는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영상화에 적합한 이야기에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우선 책으로 출간되는 것이 1차 목표이기에 기본적인 이야기 완성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업자녀입니다만》은 제목부터 지금 시대에 가장 걸맞은 이야기라서 기대가 컸다. 주인공의 일상생활 이야기인 앞부분이 지나치게 길었다. 중심 사건을 조금 더 앞으로 끌어왔다면 이야기의 가독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부랑》은 씨간장과 얽힌 가문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이 촘촘하게 진행된다. 다만 과거 인물들의 이야기보다 주인공의 현재 이야기에 조금 더 할애했다면 밀도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이 관찰자에 머무는 게 아쉬웠다.
《코리아타운의 핫 칙 샤먼》은 K-샤머니즘을 내세우는데, 소재가 흥미로울뿐더러 주인공 캐릭터가 가장 입체적이고 주체적이었다. 살아 있는 캐릭터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추동력이 된다.
《로디가 로니를 위해서 한 일》은 SF지만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이야기로 읽힌다는 장점이 있었다. 주인공이 맡았던 사건들이 별개가 아니라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진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AI와 휴머노이드가 활발하게 사용될 세상에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질문’과 ‘완성도’라는 가장 명확한 장점이 있기에 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세상에는 이미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사람들은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
작가는 이제까지 없던 이야기를 발견하고 세상에 내놓는 일을 해야만 한다.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기까지 커다란 에너지가 필요하다.
부디 이야기를 만드는 그 과정이 재미있었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새로운 이야기 중독자들이 계속 나와야 하니까.
[심사 평 - 조예은]
최종심에서 선정작을 고르며 여러 관점과 의견들이 오갔다. 《로디가 로니를 위해서 한 일》은 밸런스가 좋은 작품이었다.
완성도와 메시지가 어우러져 대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코리아타운의 핫 칙 샤먼》은 독특한 캐릭터와 B급 스타일을 숨기지 않는 과감한 스토리라인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부랑》 역시 기승전결이 깔끔하며 호러적 분위기 연출이 능숙해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간장’이라는 아이템 선정이 탁월한데, 주변 인물의 매력을 주인공에게 나눠준다면 더 좋은 이야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가족 대행 서비스》는 클래식한 소재를 사용해 후반부까지 힘 있게 끌고 가는 전개가 인상 깊었고, 《전업자녀입니다만》은 요즘의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지는 인물과 주제가 눈에 띄었다.
이 수상이 다음 작품의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진심을 담아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살 날리는 망생이》와 《빛의 흔적》은 탈락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두 작품 다 캐릭터와 각각의 에피소드가 매력적이기에, 이야기의 축이 되는 설정을 보완하여 완성도를 높인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현실에 발붙인 추리물 《레플리카》는 인물들 간의 관계 구도가 재밌는 작품이다. 현대 혹은 근미래의 추리물을 쓰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과학수사가 발전하면서 미스터리한 상황 자체를 연출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자료 조사를 통해 이 점을 보완하고 ‘조직’에 핍진성을 더한다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각 장르의 트렌드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짓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 찍은 마침표는 거친 밭에 막 뿌려진 씨앗과 같다. 이야기는 정성과 손길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자라난다. 이 원고들이 여러분을 멀리 데려가기를 바란다.
ofh-qna@ofh.co.kr